- 제주 거상 김만덕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신화를 본격 장편역사소설로 읽는다.
- 당대 최고의 석학들이 칭송시를 바친 조선 후기의 걸출한 여성 김만덕의 드라마틱한 삶 이야기
-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의인 김만덕의 영롱한 색채를 살린 역사 인물 이야기
본격 장편역사소설로 만나는 노블레스 오블리주 신화
오백 년 조선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영혼을 지닌 여성 김만덕. 양인의 신분으로 태어났으나 제주에 불어닥친 재앙으로 말미암아 졸지에 천애고아가 되지만, 그녀는 자신의 처지에 굴하지 않고 관기생활을 하며 어릴 적 거상의 꿈을 차근차근 키워나간다. 매점매석이 횡행했던 당시 제주의 상풍토를 바로잡으면서 소매상인을 보호하고 제주 백성들에게 안정적으로 물품을 대주는 상업의 정도를 지켜나갔다. 그리고 제주 최고의 거상이 되었을 때 또다시 조정에서도 손을 쓰지 못할 만큼 극심한 재앙이 제주를 덮쳤다. 김만덕은 전 재산을 털어 제주의 기민들을 먹여살린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신화가 되었다.
조선의 거상 신화 김만덕의 드라마틱한 삶의 역정
제주와 육지를 오가며 상업을 했던 아버지를 이어 거상의 꿈을 키워왔던 어린 만덕. 아버지가 풍랑에 죽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호열자로 엄마마저 잃고, 두 오빠들과 생이별을 하면서 열두 살 어린 만덕은 졸지에 천애고아가 된다.
백모의 손에 이끌려 퇴기 월중선 집으로 들어가 4년 후 만나자던 오빠들을 기다리며 꿋꿋하게 세월을 버텨낸다. 그러나 오빠들로부터 버림을 받은 것을 깨닫게 되자 월중선을 이어 관기가 되기로 결심한다. 관기 만덕은 어린 시절 포구에서 만난 도형을 마음에 품고 끝내 수절하며 거상의 꿈을 이루기 위해 돈을 한 푼 한 푼 모은다.
저자 : 이성길
중앙대학교 문예창작학과를 나와서 출판사에 근무하며 각종 역사서와 어린이 책을 기획하고 펴내는 일을 했다. 지금은 제주 서귀포에서 6년째 생활하며 역사소설, 그 중에서도 제주의 역사가 담긴 소설쓰기 작업에 전념하고 았다. 지은 책으로는 텔레시네마 소설『19_nineteen』『결혼식 후에』(근간), 드라마소설『드림』, 소년소설『달려라 꼬마기자』 등이 있다.
작가의 말
1750년 6월에 일어난 비극을 기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더러는 그 끔찍했던 기억을 잊기도 했겠지만 그때 살아남은 사람들에게 1750년은 그리 특별할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참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러나 1750년에만 그런 사건이 일어난 것은 아니었다. 때론 섬을 집어삼킬 기세로 태풍이 불어와서, 때론 사람의 힘으로는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역병이 돌아서, 때론 지긋지긋한 흉년이 여러 해 지속되면서 사람들은 참담하게 죽어갔다.
그러나 섬사람들은 바다를 건널 수 없었다. 조선 조정에서 섬 인구가 줄어드는 것을 염려하여 출륙금지령을 내린 까닭이었다. 물이 아주 서서히 차오르는 통 속의 생명처럼, 뜨거운 불 위에 올려놓은 솥 속의 생명처럼 섬사람들은 살아남기 위해 절규했다. 그러나 그들에게는 살아남을 자유마저 없었는지도 모른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비극은 늘 반복되었기에 섬사람들은 1750년을 특별하게 여기지 않았다. 그러나 일흔 노인이 된 뒤에도 그때의 기억을 잊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
이 소설은 끔찍했던 1750년의 기억을 딛고 일어서서 살아보고자 발버둥 쳤던 한 여자에 관한 기록이다. 500년 조선 역사를 통틀어 따져보더라도 가장 위대한 영혼을 지닌 여성으로 기억될 그녀에게 이 소설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