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어 왕ㆍ맥베스』는 셰익스피어가 집중적으로 비극을 쓰던 시기(1600~1610)에 나온 것으로, 그의 작가적 기량과 원숙한 시선이 유감없이 발휘된 작품이다. 1590년경 런던에 있는 극단에 처음으로 진출한 뒤 주로 희극 작품을 써 온 셰익스피어는 1600년대로 접어들면서『햄릿』, 『리어 왕』, 『오셀로』, 『맥베스』 같은 어둡고 묵직한 극을 잇달아 내놓았다.
셰익스피어의 많은 작품이 그렇듯이 이들 작품 역시 여러 원전에서 소재와 모티브를 빌려 왔다. 『리어 왕』은 1590년대에 공연되고 1605년에 출판된 『레어 왕(King Leir)』에서 상당 부분 빌려 왔고, 『맥베스』의 원전으로는 홀린셰드(Holinshed)의 『연대기』가 중요하게 지목된다. 셰익스피어는 기존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풍성한 상징과 은유, 풍자적이고 서정적 언어로 야심, 고뇌, 갈등, 절망, 복수, 질투, 죽음 등으로 뒤척이는 인생의 어두운 뒤안길을 극적으로 그렸다.
저자 : 윌리엄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 1564~1616)
셰익스피어는 영국 르네상스의 정점기인 엘리자베스 1세 때 스트랫퍼드어폰에이번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인 존 셰익스피어는 장갑 제조업자로서 한때 사업이 번창하여 마을의 공직까지 맡기도 했으나, 셰익스피어가 13세 되던 때 몰락하여 상당 기간 궁핍한 생활을 한 것 같다. 이 때문에 셰익스피어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럼에도 그의 많은 작품이 고전이나 역사, 다른 문학 작품을 모티브로 삼은 점을 보면 고전에 대한 상당한 소양을 가졌던 것으로 보인다.
셰익스피어가 고향을 떠나 런던에 있는 극단에 합류한 것은 1580년대 중후반으로 추정된다. 그는 이곳에서 배우 겸 극작가로 활동하면서 명성을 쌓아 갔는데, 『헨리 6세』 삼부작이 처녀작으로 추정된다. 당시 유명한 극작가인 로버트 그린은 셰익스피어를 두고 벼락출세한 까마귀라고 비난했는데, 이 같은 질시 어린 비난은 셰익스피어의 명성이 상당했음을 반증한다. 셰익스피어는 극작가로 활동한 뒤 약 25년간 서른일곱 편의 드라마를 남겼다. 그의 작품을 시기별로 구분해 보면 엘리자베스 여왕 시대와 제임스 1세 시대의 것으로 나눌 수 있다. 앞의 시기에는 튜더 왕조의 정당성과 애국심을 고취하는 사극과 재치 있고 아름다운 여 주인공이 이끌어 가는 낭만 희극이 주를 이룬 반면, 절대 왕권을 주장한 후자의 시기에는 인간 운명의 비극성을 조망한 비극과 희비극이 주를 이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