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풍처럼 강렬한 히스클리프와 캐서린의 엇갈린 사랑 이야기
서른 살의 나이에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죽기 일 년 전에 발표한 유일한 소설이다. 『폭풍의 언덕』은 발표 당시만 하더라도 음산한 힘과 등장인물들의 야만성 때문에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었다. 하지만 백 년이 지난 오늘, 셰익스피어의 『리어 왕』, 멜빌의 『백경』과도 곧잘 비교될 만큼 깊은 비극성과 시성(詩性)으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바로 소설에 담겨있는 빛나는 감수성과 시적이고 강렬한 필치, 그리고 새로운 문학사적 의의 때문이다.
학대받은 기억과 빼앗긴 사랑에 대한 분노로 복수를 꿈꾸는 히스클리프, 세상의 그 무엇보다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신분의 차이로 그 사랑을 버리는 캐서린. 두 사람의 엇갈린 사랑은 워더링 하이츠와 스러시크로스에 어둠의 그늘을 드리우지만, 시간이 흐른 뒤 두 집안은 캐시와 헤어턴의 사랑을 통해 조금씩 밝음을 되찾는다. 빈 언덕에 부는 폭풍을 잠재우는 햇빛처럼, 따뜻한 이들의 사랑은 변하지 않는 사랑과 용서, 그리고 화해의 메시지를 전한다.
저자 : 에밀리 브론테 (Emily Bronte,Emily Jane Bronte)
|||1818년 영국 요크셔 주의 손턴에서 영국 국교회 목사의 넷째 딸로 태어났다. 세 살 때 어머니를 여의고 잠시 자매들과 함께 기숙학교에 다녔으나 어린 시절의 대부분은 황량한 황야의 사제관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보냈다. 1835년 언니 샬럿이 미스 울러 학교에 교사 자리를 구하자 에밀리는 학생으로 따라갔다가 고향에 대한 그리움을 이기지 못해 3개월 만에 돌아왔다. 1838년에는 에밀리 자신이 미스 패칫 학교에서 6개월간 교사 생활을 했다.
샬럿과 에밀리는 가족들이 집에서 함께 지낼 수 있도록 호어스에 여학교를 열 계획을 세우고, 외국어와 학교 운영을 배우기 위해 1842년 2월 브뤼셀의 에제 기숙학교에 들어갔으나 10월에 이모가 죽자 에밀리는 호어스로 아주 돌아왔다. 샬럿과 에밀리, 앤 세 자매는 1846년 필명을 써서 『커러, 엘리스, 액턴 벨의 시집』을 함께 펴냈다. 이 시집에는 에밀리의 시 21편이 실렸는데, 후대의 비평가들은 한결같이 에밀리에게서 진정한 시인으로서의 재능이 엿보인다고 평가했다.
1847년에는 샬럿의 『제인 에어Jane Eyre』와 에밀리의 『폭풍의 언덕』, 앤의 『아그네스 그레이Agnes Grey』가 차례대로 출간되었다. 『폭풍의 언덕』을 출간한 뒤 에밀리의 건강은 급속히 나빠지기 시작하여 결국 1848년 12월 19일 결핵으로 숨을 거두었다. 1847년 출간된 『폭풍의 언덕』은 오늘날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고 있으며, 셰익스피어의 《리어왕》, 허먼 멜빌의 《백경》에 필적하는 명작이라고까지 평가되고 있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출판 당시에는 소설에서 느껴지는 음산함과 등장인물들의 야만성, 사랑에 대한 집착 때문에 반도덕적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이 작품이 나온 이듬해 폐결핵으로 짧은 생을 마감한 저자가 후대인들에게 이렇게 사랑받을 줄 알았더라면 마지막 떠나는 길이 조금은 덜 쓸쓸하지 않았을까.